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한 남자가 공항 대기실에서 비행기 출발을 기다리는데, 웬 낯선이가 무작정 그의 곁에 진을 치고 자기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. 이 끝없는 대화는 마지막 장을 펼치기 전까지 어떤 이유로 두 사람의 갈등이 생겼는지 그 의미를 완전히 파악할 수 없었다. 강간과 살인 등등의 섬뜩한 얘기가 줄을 잇지만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숨죽이고 읽어 볼 수 밖에 없었다.
책을 읽으면서 제일 먼저 궁금증을 유발했던 것은 바로 제목의 의미였는데, 책이 말하는 "화장법(cosm tique)"은 단순한 미용의 의미를 벗어나 '가면(masque)' 즉 위장을 암시한다. '적'의 '화장법' 과연 적은 누구일까? 왜 화장법이라고 말했을까? 책을 읽으면서 실마리가 조금씩 풀려가는 동시에 빠른 전개, 감정이입, 생각지 못한 반전 등이 참 흥미로웠다. 꼭 한번 읽어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하고, 아멜리 노통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지만 다른 책들 또한 어떤 느낌일지 충분히 생각되는 책이었다. 내용의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연극으로 만들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단숨에 읽게 되었고, 결말이 충격적이지만 재미있게 읽었다. 이 책의 옮긴이의 생각을 잠깐 빌리자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내면 상태를 황당함->역겨움->섬뜩함->충격으로 표현하고 있다. 나 또한 마찬가지로 동일한 내면상태를 만들 수 있는 작가의 힘이 무섭게 느껴졌다.
내용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책이었고,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내면의 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. 적이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하는 화장(위장)은 내가 나 자신을 속이는 화장일 수도 있다. 무언가 시사점을 가지고 있는 책일지도 모르지만 그냥 소설로서도 충분히 재미있었던 책이었다. 아멜리 노통의 다른 책도 찾아서 읽어 봐야 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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